처음 발레를 시작했을 때, 수업 가방에 뭘 넣어야 할지 몰라서 인터넷을 한참 뒤졌던 기억이 있다. 레오타드는 샀는데, 발레화 사이즈는 어떻게 고르지? 수건은 챙겨야 하나? 수업 중에 간식을 먹어도 되나? 별것 아닌 것 같아도 처음엔 진짜 궁금한 게 많다.
몇 달 수업을 다니면서 "이건 매번 필요하다"는 물건이 딱 정해졌다. 오늘은 그 리스트를 솔직하게 공유하려고 한다.
바닥에 깔리는 것들: 발레화와 로진
발레화는 분할창(스플릿 솔)과 전창(풀 솔) 두 종류가 있다. 초보자에게는 바닥 감각을 더 잘 느낄 수 있는 분할창을 추천하는 선생님이 많다. 소재는 캔버스와 가죽으로 나뉘는데, 캔버스는 가볍고 발 모양이 잘 보여서 교정받을 때 편리하다. 가죽은 내구성이 좋고 미끄러짐이 적다. 처음엔 캔버스로 시작해서 발 모양에 익숙해진 뒤 가죽으로 넘어가는 분들이 꽤 많다.
그리고 로진(rosin). 특히 양말을 신고 연습하는 경우나, 바닥이 미끄러운 스튜디오에서 수업을 받는다면 거의 필수다. 로진 케이스에 발레화를 살짝 문질러 주면 미끄럼 방지 효과가 생긴다. 가격도 저렴하고 작아서 가방 한쪽에 넣어두면 오래 쓸 수 있다. 처음엔 이게 뭔지도 몰랐는데, 한번 써보고 나서 빠뜨린 날에 바닥에서 두 번 미끄러졌다. 그 이후로는 항상 챙긴다.

몸을 풀고 지탱하는 것들: 밴드와 보조 용품
스트레칭 밴드(레지스턴스 밴드)는 발목 유연성 훈련과 발등을 다듬는 데 많이 쓴다. 수업 전후로 5~10분 정도 사용하면 발 모양이 조금씩 달라지는 게 보인다. 특히 발등이 낮아서 고민인 분들이 많이 찾는 용품인데,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꾸준히 쓰는 게 핵심이다. 너무 세게 당기면 발목 인대에 무리가 가니까 주의해야 한다.
발뒤꿈치 패드나 젤 인솔도 의외로 도움이 된다. 발레화는 쿠션이 거의 없어서 처음에는 발뒤꿈치가 쉽게 아프다. 얇은 젤 패드 하나가 수업 집중도를 꽤 올려준다. 그 외에 발가락 스페이서나 테이핑 테이프도 가방 한쪽에 넣어두는 편인데, 물집이 생겼을 때 응급처치로 꽤 유용하다.
수건은 작은 손수건 하나면 충분하다. 스튜디오에 따라 바 주변이 미끄러울 수 있어서 손바닥 땀을 닦는 용도로도 쓰고, 수업 후 땀을 닦는 데도 쓴다. 큰 수건은 오히려 짐이 된다.
지치지 않기 위한 것들: 수분과 간식
발레 수업은 생각보다 체력을 많이 쓴다. 1시간짜리 수업인데도 끝나면 꽤 탈진하는 경우가 있다. 물은 기본 중의 기본이고, 추가로 전해질 드링크나 이온 음료를 조그만 것으로 하나 챙기면 좋다. 근육 경련이 오는 분들은 마그네슘 보충제를 가방에 두고 수업 전에 챙기기도 한다.
간식은 수업 바로 전엔 먹지 않는 편이 낫다. 배가 부른 상태로 스트레칭을 하면 불편하고, 점프 동작에서 속이 뒤집어질 수도 있다. 수업 1시간 전에 가볍게 먹거나, 끝나고 바로 먹을 것을 챙겨두는 방식이 잘 맞는다. 바나나나 에너지 바 하나면 충분하다.
가방 자체는 발레화를 분리해서 넣을 수 있는 파우치 구분이 있는 게 편하다. 흙 묻은 발레화가 옷에 닿으면 은근히 신경 쓰이기 때문이다. 시중에 발레 가방이 따로 나와 있기도 하고, 일반 짐 가방에 작은 파우치를 추가하는 방식으로 써도 충분하다.
처음엔 이것저것 다 넣어서 가방이 엄청 무거웠는데, 지금은 발레화, 로진, 밴드, 손수건, 물, 간식 이 여섯 가지면 편하게 다닌다. 수업 스타일이나 스튜디오 환경에 따라 조금씩 달라지겠지만, 이 정도가 대부분의 상황을 커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