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T, 미국 발레의 모든 것

미국 발레라고 하면 뉴욕 시티 발레단을 먼저 떠올리는 분들이 많은데, 사실 미국 의회로부터 공식 ‘미국 국립 발레단’으로 인정받은 곳은 따로 있어요. 바로 아메리칸 발레 시어터(American Ballet Theatre, ABT) 입니다. 1939년에 설립되어 지금까지 86년의 역사를 쌓아온 이 발레단은 세계 최고 무용수들이 거쳐간 무대이자, 발레 팬이라면 한 번쯤 깊이 알아두고 싶은 이름이죠. 오늘은 ABT가 어떤 발레단이고, 어떤 무용수들이 이름을 남겼는지, 그리고 왜 전 세계 발레 팬들이 이 단체를 주목하는지 정리해봤어요.

ABT는 어떻게 탄생했나

ABT의 시작은 1939년, 루시아 체이스(Lucia Chase)와 리처드 플레전트(Richard Pleasant)가 함께 "다양한 레퍼토리를 갖춘 대형 발레단을 만들겠다"는 목표 아래 ‘발레 시어터(Ballet Theatre)’를 창립하면서입니다. 이듬해인 1940년 1월 11일, 첫 무대를 올렸고요. 당시만 해도 미국 발레는 유럽에 비해 훨씬 뒤처진다는 인식이 강했는데, 이 두 사람은 오히려 그 점을 기회로 봤어요. 고전 발레 외에도 현대적 창작 작품들을 함께 레퍼토리에 담으며 ‘에클레틱(eclectic)’, 즉 절충적인 방향을 택한 거죠.

1957년에 지금의 이름 ‘아메리칸 발레 시어터’로 바뀌었고, 1977년부터는 뉴욕 링컨센터 내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하우스를 주요 공연장으로 삼아 매년 봄 시즌을 열어왔습니다. 재정 위기와 운영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꾸준히 성장했고, 2006년에는 미국 의회에서 공식 결의를 통해 ABT를 ‘미국의 국립 발레단’으로 선포했어요. 이 타이틀은 미국 내 어느 발레단도 갖지 못한 유일한 것입니다.

ABT의 본거지는 뉴욕이지만 연중 미국 전역을 투어하고 세계 각지에서도 공연합니다. 부설 학교인 재클린 케네디 오나시스 스쿨(Jacqueline Kennedy Onassis School)도 운영 중이고요. 지금의 예술감독은 전 프리마 발레리나 수전 재프(Susan Jaffe)로, 무용수 시절부터 ABT의 상징적인 존재였던 그녀가 현재 단체를 이끌고 있습니다.

아메리칸 발레 시어터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하우스 공연 장면

ABT를 빛낸 전설적인 이름들

ABT 역사에서 빠질 수 없는 인물이 미하일 바리시니코프(Mikhail Baryshnikov)입니다. 소련에서 망명한 뒤 미국 무대를 종횡무진 누빈 그는 1980년에 ABT의 예술감독 자리에 오르기도 했어요. 고전 발레를 복원하고 레퍼토리를 정비하는 데 큰 역할을 했죠. 이미 한 차례 포스팅에서 소개한 적도 있는데, ABT를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인물입니다.

미스티 코플랜드(Misty Copeland)는 ABT 역사에 또 다른 이정표를 세웠어요. 2015년, ABT의 75년 역사 최초로 흑인 여성 수석 무용수(Principal Dancer)가 된 인물이거든요. 늦은 나이에 발레를 시작했고, 체형도 전통적인 발레 기준과 달랐지만 오히려 그 점이 그녀를 더 많은 사람들에게 특별하게 만들었어요. 현재는 현역에서 물러났지만 지금도 ABT를 대표하는 얼굴 중 한 명입니다.

그 외에도 나탈리아 마카로바(Natalia Makarova), 루돌프 누레예프(Rudolf Nureyev), 질리안 머피(Gillian Murphy), 줄리 켄트(Julie Kent) 등 시대를 대표하는 무용수들이 ABT를 거쳐갔거나 소속으로 활동했어요. 한국 출신 무용수들도 ABT와 인연이 있는데, 여러 한국인 단원들이 코르 드 발레부터 솔리스트까지 다양한 직급으로 무대에 서왔습니다.

발레 팬이 ABT를 알아야 하는 이유

ABT가 특별한 건 단순히 규모가 크기 때문만이 아니에요. 이 발레단이 선택한 방향, 즉 ‘다양성’이 핵심입니다. 고전 발레의 전통을 지키면서도 현대 안무가들과 협업하고, 전 세계 다양한 배경의 무용수들을 받아들이고, 레퍼토리도 차이코프스키의 3대 발레부터 현대 창작물까지 폭넓게 아우릅니다. 그 결과 ABT는 하나의 ‘스타일’에 갇히지 않고 살아있는 무대를 계속 만들어낼 수 있었어요.

취미로 발레를 배우는 입장에서도 ABT 공연을 보는 건 분명 자극이 됩니다. 그들이 추는 테크닉과 표현력을 보면서 내 수업에서 배운 포즈나 동작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되거든요. 유튜브 ABT 공식 채널에서는 리허설 영상이나 무용수 인터뷰 영상도 꽤 많이 올라오니, 관심 있다면 한 번 찾아보길 추천해요. 영어지만 발레는 언어를 넘으니까요.

ABT 공식 사이트(abt.org)에서는 단원 프로필, 레퍼토리, 공연 일정을 모두 확인할 수 있어요. 뉴욕 여행 계획이 있다면 봄 시즌 메트 공연 스케줄을 미리 체크해두는 것도 좋습니다. 한 번쯤은 직접 링컨센터에서 ABT를 보는 것, 발레 팬이라면 버킷리스트에 올려둘 만한 경험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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