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레 레슨을 시작하면서 생긴 의외의 수확 하나. 옷 스타일이 바뀌었다. 레오타드에 랩스커트를 매고 수업에 들어갔다 나오는 길에 카페 들르는 게 어색하지 않더니, 어느 순간부터 수업 없는 날에도 비슷한 실루엣의 옷을 입고 있었다. 발레코어가 트렌드라는 건 알고 있었지만, 직접 해보기 전까지는 ‘그냥 발레복처럼 입는 거잖아?’라고 생각했다. 막상 입어보면 전혀 다른 얘기다.
발레코어, 무대 밖에서는 어떻게 입는 걸까
발레코어의 핵심은 발레리나의 실루엣을 일상복에 녹여내는 것이다. 딱 발레 수업에 가는 옷을 그대로 입는 게 아니라, 발레복 특유의 요소들 — 얇고 부드러운 소재, 몸에 살짝 감기는 핏, 리본이나 레이스 같은 섬세한 디테일 — 을 캐주얼하게 활용하는 스타일이다.
기본 조합은 생각보다 단순하다. 타이트한 민소매 탑이나 피팅 니트에 랩스커트 하나, 거기에 발레 플랫 슈즈. 이 세 가지만 있어도 발레코어 룩은 완성된다. 컬러는 화이트, 크림, 더스티 핑크, 라벤더처럼 채도를 살짝 낮춘 파스텔 계열이 잘 어울린다. 자꾸 손이 가는 이유가 있다. 편하면서도 정돈된 느낌이 나고, 사진 찍으면 예쁘게 나온다.
발레 수업을 다니고 있다면 이미 재료가 다 있는 셈이다. 연습용 랩스커트를 그대로 일상에 들고 나와도 되고, 레그워머를 청바지 위에 올려 신거나 레오타드를 이너로 활용하는 방식도 꽤 쓸 만하다.

아이템별로 뭘 사야 할까
발레코어 룩을 처음 시도한다면 아이템 하나씩 들이는 게 낫다. 한꺼번에 다 사면 결국 안 입게 되는 것들이 생긴다.
랩스커트는 발레코어 룩에서 가장 존재감 있는 아이템이다. 시폰이나 쉬폰 소재로 된 것을 고르면 움직임에 따라 자연스럽게 흔들려서 더 예쁘다. 무릎 아래로 살짝 오는 길이가 활용도가 높다. 너무 짧으면 스포티한 인상이 강해지고, 너무 길면 일상복보다 공연 의상처럼 보인다.
발레 플랫 슈즈는 리본이 달린 새틴 소재 제품을 많이 입는데, 사실 내구성 측면에서는 가죽이나 스웨이드 소재가 훨씬 편하다. 발레 플랫 특유의 납작한 굽과 둥근 앞코가 발레코어 룩의 분위기를 살려준다. 국내에서는 레플리카도르, 미니멀한 캐주얼 브랜드들도 꽤 쓸 만한 라인을 내놓고 있다.
상의는 기존에 갖고 있는 옷들로 대부분 커버된다. 골지 크롭탑, 스트랩 탑, 오버사이즈 니트 — 어느 것이든 발레코어 하의와 매치하면 분위기가 달라진다.
발레 수업 가는 날, 이렇게 입으면 딱이다
수업이 있는 날 아침, 뭘 입을지 고민하는 시간이 아깝다면 레이어드 스타일이 답이다. 레오타드를 입고 그 위에 넉넉한 니트 카디건이나 오버핏 후드를 걸치고, 하의는 레깅스 또는 와이드 팬츠. 여기에 발레 플랫이나 로우 스니커즈를 신으면 수업 전후로 어디든 나갈 수 있다.
머리는 번이나 낮은 포니테일이 가장 자연스럽다. 발레코어 룩 자체가 깔끔한 업스타일과 묘하게 잘 맞아서, 굳이 머리에 신경 안 써도 전체 룩이 정돈되어 보이는 효과가 있다. 진주 핀이나 새틴 리본 스크런치 하나면 충분하다.
파우치나 가방은 메시 소재 토트백이 조합이 좋다. 발레 슈즈와 가드, 물통을 한꺼번에 담을 수 있고, 소재 자체가 발레코어 룩의 가벼운 분위기와 맞아떨어진다.
발레를 시작하고 나서 옷 입는 게 오히려 더 편해졌다는 말을 주변에서 종종 듣는다. 발레코어는 그 이유 중 하나다. 입을 게 없다고 느꼈던 날 아침에도, 랩스커트 하나 꺼내 들면 의외로 바로 답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