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예린, 슈투트가르트 발레단 입단한 19살의 이야기

열아홉 살에 세계 무대에 올라선다는 게 어떤 느낌일까. 한국 발레리나 옥예린이 독일 슈투트가르트 발레단에 정식 입단하면서 국내 발레 팬들 사이에서 큰 화제가 되고 있다. 세계 5대 발레단으로 꼽히는 이 발레단에 한국인이 입단하는 건 드문 일인데, 19세라는 나이에 해냈다는 점이 더욱 놀랍다.

강수진이 열어놓은 길, 옥예린이 걷다

슈투트가르트 발레단과 한국의 인연은 꽤 깊다. 1986년 강수진 현 국립발레단 단장이 한국인 최초로 이 발레단에 입단하면서 국내에 처음으로 이름이 알려졌다. 강수진은 그곳에서 발레계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브누아 드 라 당스 최우수 여성무용수상을 수상하며 전설적인 커리어를 쌓았다. 2004년에는 강효정이 입단해 활동했고, 이번에 옥예린이 새 이름을 더하게 됐다.

옥예린은 2022년 예원학교를 자퇴하고 독일로 건너가 슈투트가르트 발레단 부설 학교인 존 크랭코 스쿨에서 수학해왔다. 현지에서 직접 교육받고 입단까지 이어진 케이스다. 그 전에도 이미 실력을 증명한 바 있다. 2021년 코리아 국제 발레 콩쿠르 주니어 부문 은상, 2022년 미국 청소년 국제 발레 콩쿠르 준우승. 상복도 있고 실력도 있다는 이야기다.

독일 슈투트가르트 국립극장 외관 야경

슈투트가르트 발레단이 특별한 이유

파리 오페라 발레, 볼쇼이, 로열 발레, 아메리칸 발레 시어터와 함께 세계 5대 발레단으로 꼽히는 슈투트가르트 발레단은 사실 출발이 꽤 오래됐다. 1609년 뷔르템베르크 공국의 궁정 발레에서 시작한 역사 깊은 단체다. 하지만 현재의 명성을 쌓은 건 1960년대 영국 안무가 존 크랭코가 예술감독으로 부임하면서부터다.

크랭코는 ‘슈투트가르트 발레 기적’이라고 불릴 만큼 짧은 시간 안에 이 발레단을 세계 정상으로 끌어올렸다. 그가 남긴 대표작 〈로미오와 줄리엣〉, 〈오네긴〉, 〈말괄량이 길들이기〉는 지금도 세계 주요 발레단의 레퍼토리에 올라있다. 스토리 발레, 즉 극적 서사를 춤으로 전달하는 데 특히 강한 발레단이라는 인상을 지금도 이어가고 있다.

무용수 규모는 약 70명 수준으로, 볼쇼이나 파리 오페라 발레보다는 작지만 그만큼 개개인에게 주어지는 기회가 많다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입단 자체가 이미 수준을 보증하는 셈이다.

발레 팬이라면 주목해야 할 이유

옥예린의 입단 소식이 단순한 뉴스로 끝나지 않는 이유가 있다. 한국 발레계의 저변이 얼마나 넓어졌는지를 보여주는 증거이기 때문이다. 이제 한국 발레리나들은 국내 발레단을 넘어 세계 주요 발레단에 이름을 올리는 일이 낯설지 않다. 전민철이 마린스키 발레단에서 활약 중이고, 강수진이 열어놓은 슈투트가르트의 문을 다시 한 번 젊은 무용수가 두드렸다.

옥예린은 올해 9월부터 슈투트가르트 발레단 정식 단원으로 무대에 오른다. 존 크랭코의 유산이 살아 숨쉬는 그 무대에서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발레에 관심이 생겼다면, 해외 발레단 공연 영상을 찾아보는 것도 좋은 시작이다. 슈투트가르트 발레단의 유튜브 채널에는 공연 하이라이트가 꽤 많이 올라와 있으니 한번 찾아보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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