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는 수많은 발레단이 있지만, ‘로열발레단’이라는 이름만으로 사람들이 멈추는 데는 이유가 있다. 볼쇼이나 파리 오페라 발레단과 함께 세계 3대 발레단으로 꼽히는 로열발레단은 런던 코벤트가든의 로열 오페라 하우스를 근거지로 삼아 90년 넘는 역사를 써 내려왔다. 발레를 막 시작한 취미생이든, 공연 보는 게 낙인 팬이든 한 번쯤은 제대로 알고 싶어지는 곳. 그 매력을 짚어봤다.
런던 한복판에 뿌리내린 발레의 성지
로열발레단의 역사는 193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안무가 니네트 드 발루아가 영국에 클래식 발레 교육과 공연 문화를 정착시키겠다는 목표로 설립했고, 1956년 엘리자베스 2세 여왕으로부터 왕립 칙허를 받아 ‘Royal Ballet’이라는 공식 이름을 얻었다. 영국 왕실의 공인을 받은 셈이니, 그 위상이 어느 정도인지 짐작이 간다.
공연 무대인 로열 오페라 하우스는 코벤트가든 한복판에 있다. 건물 자체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지역 안에 위치해 있고, 내부는 금빛 장식과 붉은 벨벳 좌석이 가득해 공연 시작 전부터 분위기에 압도된다. 좌석 수는 약 2,268석. 무대 면적도 넓어서 대형 군무 장면이 특히 화려하게 펼쳐진다.
레퍼토리는 전통 클래식과 동시대 작품을 균형 있게 구성한다. 백조의 호수, 지젤, 잠자는 미녀 같은 고전 작품은 물론이고, 현대 안무가들의 신작도 꾸준히 무대에 올린다. 같은 작품을 다른 발레단과 비교해 보는 재미도 있는데, 로열발레단 특유의 절제된 품격과 기술적 완성도가 돋보인다는 평이 많다.

지금 로열발레단을 빛내는 스타들
발레단의 얼굴은 결국 무용수다. 현재 로열발레단에는 전 세계에서 모인 재능 있는 댄서들이 소속되어 있는데, 그중 가장 화제를 모으는 인물은 단연 나탈리아 오시포바다. 러시아 출신인 그는 볼쇼이에서 프리마 발레리나로 활약하다 2013년 로열발레단에 합류했다. 타고난 점프력과 폭발적인 무대 에너지로 ‘살아있는 전설’이라는 수식어가 붙는다. 지젤 역할에서 보여주는 섬세한 감정 표현은 직접 봐야 안다는 말이 괜한 말이 아니다.
수석 무용수 프린시펄 댄서 외에도 퍼스트 솔리스트, 솔리스트, 코르드발레까지 계층 구조가 뚜렷해서, 한 명 한 명의 성장 서사를 따라가는 재미가 있다. 젊은 한국계 댄서들도 국제 오디션을 통해 입단하는 경우가 늘고 있어 더 관심이 쏠린다.
안무 면에서는 거장 케네스 맥밀란의 유산이 여전히 강하게 남아 있다. 그의 대표작 로미오와 줄리엣, 마농은 지금도 시즌마다 올라오는 레퍼토리다. 스토리 발레의 드라마틱한 전개와 심리적 깊이를 중시하는 스타일이 로열발레단의 색깔을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온라인으로도 충분히 즐기는 방법
런던까지 날아가지 않아도 로열발레단을 경험하는 방법은 꽤 다양하다. 먼저 유튜브 공식 채널 ‘Royal Opera House’를 구독하면 무대 뒤 영상, 리허설 클립, 무용수 인터뷰, 전막 공연 일부 등을 무료로 볼 수 있다. 백조의 호수 전막 방송을 무료로 공개한 적도 있어 발레 입문자들 사이에서 화제가 됐다.
좀 더 제대로 보고 싶다면 디지털 스트리밍 서비스를 이용하는 방법이 있다. ‘Marquee TV’는 전 세계 유수 발레단의 공연 영상을 구독제로 제공하는데, 로열발레단 콘텐츠도 상당히 많다. 화질도 좋고 자막 서비스도 일부 지원한다. 월정액이 부담스러우면 무료 체험 기간을 활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영국 현지에서 공연을 볼 예정이라면 티켓 예매 타이밍이 중요하다. 인기 공연은 수개월 전에 매진되는 경우가 많고, 로열 오페라 하우스 공식 사이트에서는 ‘Day Tickets’라는 당일 저가 티켓을 온라인으로 판매하기도 한다. 4층 이상 높은 자리지만 가격이 저렴해 학생이나 발레 팬들이 즐겨 활용하는 루트다.
발레를 배우는 입장에서 로열발레단을 공부하는 건 단순한 감상 이상이다. 무용수들의 포지션, 팔 라인, 앙상블의 정렬 방식 등을 눈에 담다 보면 레슨에서 선생님이 말하는 것들이 눈에 보이기 시작한다. 세계 최고 수준의 발레를 눈으로 체화하는 것, 그게 로열발레단을 공부해야 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