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레를 좋아한다면 한 번쯤은 들어봤을 이름이 있다. 세르게이 폴루닌. 2016년 공개된 영상 하나가 전 세계를 뒤흔들었다. 호지어의 "Take Me to Church"에 맞춰 텅 빈 무대 위에서 혼자 춤을 추는 남자. 그 영상의 조회수는 지금도 수천만을 넘는다. 발레를 전혀 모르던 사람들까지 화면을 멈추지 못했다.
로열발레 역사상 최연소 수석 무용수
폴루닌은 1989년 우크라이나 헤르손에서 태어났다. 여덟 살에 체조 대신 발레를 선택한 게 모든 것의 시작이었다. 키예프 국립무용학교를 졸업하고 열세 살에 런던 로열발레학교에 입학했다. 부모가 아들의 유학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각지에 흩어져 살며 일했다는 이야기는 지금도 많이 알려져 있다.
2010년, 스무 살 나이에 로열발레단 수석 무용수에 올랐다. 역대 최연소 기록이었다. 기술적으로 완벽하고 도약 높이와 회전수는 동세대 무용수 중 가장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런데 2012년, 절정의 시기에 갑자기 사직서를 냈다. 이유는 간단했다. "나는 너무 어렸을 때부터 너무 많은 것을 포기했고, 이제 내가 원하는 방식으로 살고 싶다."

“Take Me to Church”가 만들어낸 전설
로열발레 탈퇴 후 폴루닌은 프리랜서 무용수로 활동했다. 볼쇼이, 라스칼라, 파리 오페라 발레 등 세계 유수의 발레단에서 게스트 아티스트로 무대에 섰다. 그러나 그를 진짜 유명하게 만든 건 정식 공연이 아니었다.
2016년 영화감독 데이비드 라샤펠이 연출한 뮤직비디오. 런던 어딘가의 낡은 무대, 조명 하나, 그리고 폴루닌 혼자. 카메라는 그를 따라가면서 4분을 채웠다. 날고, 돌고, 무너질 듯 쓰러졌다가 다시 일어서는 몸. 그게 전부였는데 사람들이 울었다. 발레를 처음 본 사람들이 공유 버튼을 눌렀다.
당시 폴루닌은 이 영상을 "무용수로서의 마지막 작품"으로 만들 생각이었다고 인터뷰에서 밝혔다. 그 정도로 지쳐 있었다는 뜻이다. 하지만 영상이 터지면서 이야기는 반대 방향으로 흘렀다.
반항아지만 무대 위에서는 다른 사람
폴루닌은 공개적으로 말이 많은 인물이다. SNS에서 논란이 된 발언들, 특히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관련 입장은 많은 팬들을 실망시켰다. 2025년에는 우크라이나 국적이 박탈됐다. 그의 발언과 행동을 지지하지 않는 사람들도 많다.
하지만 무대 위의 폴루닌과 사생활의 폴루닌을 따로 보는 시각도 적지 않다. 발레 팬들 사이에서 그의 기술과 표현력은 여전히 논의의 대상이다. 도약 능력, 회전의 정확성, 감정 전달력—이건 논쟁 없이 인정되는 부분이다.
2024년에는 피겨스케이터 출신 엘레나 일리니흐와 결혼해 세 아이의 아버지가 됐다. 여전히 게스트 무용수로 세계 여러 무대에 서고 있고, 2025년에는 라 바야데르 공연에 솔로르 역으로 초청되기도 했다.
그를 어떻게 평가하든, 한 번쯤 그 영상은 다시 보게 된다. 그것만으로도 발레 역사에서 지워지지 않을 이름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