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레라고 하면 보통 백조의 호수나 잠자는 숲속의 미녀처럼 유럽 클래식이 먼저 떠오른다. 그런데 한국 고전 심청전을 발레로 만들어 뉴욕 링컨센터 무대에 올리고, 뉴욕타임즈의 찬사를 받은 작품이 있다. 유니버설발레단의 창작발레 ‘심청’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올해로 창단 40주년을 맞는 유니버설발레단이 오는 5월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다시 이 작품을 무대에 올린다.
우리 이야기로 세계를 감동시키다
심청 발레가 처음 탄생한 건 1986년이다. 유니버설발레단의 초대 예술감독이었던 에드리언 댈러스가 한국 고전문학 ‘심청전’을 발레로 옮겼다. 한국에서 태어난 창작 발레라는 점만으로도 당시로서는 이례적인 시도였다.
결정적인 전환점은 1998년에 찾아왔다. 뉴욕 시티센터 무대에 처음 서는 날, 단장 문훈숙은 비행기에서 "뛰어내리고 싶다"고 생각할 만큼 긴장했다고 털어놓은 바 있다. 평이 나쁘면 두 번 다시 뉴욕 무대에 설 수 없다는 각오로 모두가 사활을 걸었다. 결과는 찬사였다. 이 성공을 발판으로 2001년 워싱턴 케네디센터, 뉴욕 링컨센터, LA 뮤직센터 등 미국 3대 오페라극장을 한국 발레단 최초로 모두 밟았다. 뉴욕타임즈는 "춤의 근본적인 휴머니티가 상실되어가는 이 시대에 관객의 심금을 울렸다"고 평했고, LA타임즈는 "아름다운 내용과 특별한 감동으로 가득 채웠다"고 썼다.
이후 2011~2012년 월드투어에서는 러시아, 프랑스, 미국, 일본, 대만, 싱가포르, 오만 등 9개국 11개 도시를 돌며 한국 발레의 이름을 세계에 새겼다.

어떻게 발레로 만들어졌나
심청 발레의 매력은 동서양이 한 무대에서 만난다는 점이다. 줄거리는 우리가 아는 심청전 그대로다. 아버지의 눈을 뜨게 하려 인당수에 몸을 던지는 심청의 이야기를 발레 언어로 풀었다. 눈먼 아버지의 안타까움, 심청의 희생과 부활, 그리고 마지막 해후의 감동이 음악과 춤으로 이어진다.
의상은 한복의 선과 색감에서 영감을 받았다. 서양 발레의 튀튀와 달리 흘러내리는 듯한 실루엣이 특징이다. 용궁 장면에서는 화려한 수중 세계를 표현하기 위해 영상 연출도 적극 활용한다. 클래식 발레의 정교한 기술 위에 한국적 정서를 얹었기 때문에 발레를 처음 접하는 관객도 내용을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
단순히 한국적 소재를 가져온 게 아니라, 외국 관객이 보기에도 충분히 감동적인 구성으로 다듬은 게 오랫동안 사랑받는 이유다. 외국 관객들이 언어를 몰라도 심청의 감정에 공감하게 만드는 것이 이 작품의 힘이다.
40주년 공연, 이번엔 무엇이 다를까
올해 5월 1일부터 3일까지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열리는 공연은 유니버설발레단 창단 40주년 기념 무대다. 40년이라는 시간 동안 심청은 여러 차례 손질을 거쳤다. 2001년 미국 진출을 앞두고 화려함을 더했고, 2011년에는 낡은 무대 장치를 새로 단장했다. 이번 무대가 어떤 변화를 담을지는 직접 확인해야 알 수 있다.
취미 발레를 즐기는 사람이라면 이 공연이 특히 와닿을 수 있다. 바 연습을 하면서 연습하는 아라베스크, 포르 드 브라, 그랑 파 드 되 같은 동작들이 실제 무대에서 어떻게 살아 움직이는지 눈으로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발레를 배우기 시작한 사람이라면 교본에서 익힌 용어들이 무대 위에서 어떻게 구현되는지 보는 경험 자체가 큰 공부가 된다.
한국 창작발레의 역사를 한 편의 공연에서 만날 수 있는 기회다. 40년을 버텨온 작품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