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베르토 볼레, 50세에 올림픽 무대 위에 서다

올해 2월, 밀라노·코르티나 동계올림픽 폐막식을 본 사람이라면 기억할 거다. 베로나 아레나의 거대한 원형 무대 위, 한 남자가 혼자 서서 춤을 췄다. 50세의 로베르토 볼레. 전 세계 시청자들이 숨을 멈추고 바라봤던 바로 그 장면이다.

20년 만에 다시 선 올림픽 무대

로베르토 볼레가 올림픽과 처음 인연을 맺은 건 2006년, 고향 토리노에서 열린 동계올림픽 개막식이었다. 당시 공연 이후 그의 이름은 발레 팬이 아닌 일반 대중에게도 각인됐다. 그리고 정확히 20년 뒤, 이번엔 폐막식 무대에 다시 올랐다.

이번 폐막식의 주제는 "아름다움은 시간 속에 고정될 수 없다(Beauty in Motion)"였다. 오페라, 오케스트라, 무용이 어우러진 이탈리아 예술의 향연 속에서 볼레의 솔로 발레가 하이라이트로 꼽혔다. 특히 돌로미티 산맥부터 아드리아해까지 이어지는 물의 순환을 몸으로 표현한 장면은 많은 사람들의 뇌리에 깊게 남았다.

베로나 아레나에서 솔로 발레를 공연하는 로베르토 볼레

50세 발레리노가 무대를 떠나지 않는 이유

발레는 잔혹할 정도로 몸을 혹사시키는 예술이다. 일반적으로 프로 무용수들은 30대 중후반에 은퇴를 고려한다. 그런데 볼레는 50세에도 세계 최고의 무대에 서 있다.

밀라노 라스칼라 발레학교 출신인 그는 라스칼라 발레단의 에투알(수석 무용수)이자, 파리 오페라 발레, 아메리칸 발레 시어터 등 세계 주요 발레단의 게스트 아티스트로 활동 중이다.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하우스에 초청된 최초의 이탈리아 남성 댄서라는 기록도 갖고 있다.

매년 열리는 "Roberto Bolle and Friends" 갈라 공연도 빠질 수 없다. 베로나, 아테네, 이스탄불, 베이징, 도쿄까지 전 세계를 돌며 이어온 이 공연은 발레를 대중에게 가깝게 연결하는 그만의 방식이다. 볼레는 인터뷰에서 늘 말한다. "무대를 떠나는 건 내가 결정할 일이고, 지금은 아직 아니다."

왜 지금 볼레에게 주목해야 할까

발레를 배우는 사람으로서, 혹은 막 관심을 갖기 시작한 사람으로서 볼레를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하나다. 그의 춤에는 기교 너머의 무언가가 있다.

젊은 무용수들은 기술적으로 완벽한 점프와 회전을 보여줄 수 있다. 하지만 볼레는 그 동작 사이사이에 이야기를 담는다. 호흡, 시선의 방향, 손끝의 미세한 떨림까지. 오랜 시간 몸으로 쌓아온 것들이 관객에게 그대로 전달된다. 발레 레슨을 받는 초보자도, 무대를 오래 봐온 마니아도 그의 공연 앞에서는 똑같이 조용해진다.

2026년 올림픽 폐막식은 그 증거였다. 50세 남자의 몸이, 그 무대가, 1만 명이 넘는 관중을 침묵시켰다. 발레가 단순한 춤이 아니라는 걸 새삼 느끼게 해주는 장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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