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레를 조금씩 배우다 보면 자연스럽게 궁금해지는 게 있다. 무대 위 발레리나들이 소속된 그 발레단들, 이름은 들어봤는데 뭐가 다른 걸까? 파리오페라발레단, 마린스키발레단, 아메리칸발레시어터, 덴마크 왕립발레단. 이 네 곳은 세계 발레의 역사를 함께 써온 최고의 무대다. 그런데 같은 발레인데도 스타일이 전혀 다르다.
파리오페라발레단 — 세상에서 가장 오래된 발레단
1669년에 설립됐다. 350년이 넘는 역사다. 루이 14세가 직접 무용 아카데미를 설립하면서 시작된 곳이니, 발레의 본가라고 해도 틀리지 않는다. 수석 무용수를 ‘에투알(étoile)’, 즉 별이라고 부르는 것도 이 발레단만의 전통이다.
파리오페라발레단의 스타일을 한 단어로 표현하면 ‘우아함’이다. 군더더기 없이 절제된 움직임, 선이 깔끔하게 살아있는 발 포지션, 고전과 현대를 자유롭게 오가는 레퍼토리. 고전 발레만 하는 게 아니라 실험적인 현대무용 작품도 적극적으로 올린다.
한국인으로는 박세은이 이 발레단의 에투알이 됐고, 지금은 강호현이 에투알 바로 아래 등급인 프리미에르 당쇠즈로 활약 중이다. 수업에서 프랑스어 용어를 배우는 건 사실 이 발레단에서 비롯된 전통의 영향이다.

마린스키발레단 — 화려하고 웅장한 러시아 스타일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 있는 마린스키발레단은 바가노바 교수법의 본산이다. 발레 수업에서 배우는 표준 기술의 많은 부분이 이 발레단을 통해 체계화됐다. 높고 강렬한 점프, 화려한 회전, 극적인 표현력. 러시아 발레는 ‘볼거리’가 확실하다.
차이콥스키의 백조의 호수, 잠자는 숲속의 미녀, 호두까기 인형. 이 세 작품이 전 세계 발레 무대에서 반복적으로 공연되는 건 마린스키발레단이 초연을 맡았기 때문이기도 하다. 발레단의 역사가 곧 클래식 발레의 역사다.
최근에는 한국인 무용수 전민철이 신인임에도 솔리스트로 바로 입단해 화제가 됐다. 김기민 수석무용수도 이 발레단 소속이다. 마린스키 스타일은 기교가 뛰어난 만큼 배우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지만, 클래식 발레의 정수를 경험하고 싶다면 이 발레단의 공연을 꼭 한 번 보길 권한다.
아메리칸발레시어터 — 스타와 대중성의 발레단
미국 뉴욕을 기반으로 한 아메리칸발레시어터(ABT)는 ‘발레계의 할리우드’라는 별명이 있다. 기교와 스타성을 동시에 갖춘 무용수들이 모인 곳으로, 관객과의 거리가 상대적으로 가깝다. 클래식 레퍼토리뿐 아니라 다양한 스타일의 안무가들과 협업해 새 작품을 만드는 데도 열심이다.
덴마크 왕립발레단은 1748년에 창설된 유서 깊은 발레단으로, 부르농빌 스타일이 특징이다. 발이 바닥에 닿지 않는 것처럼 가벼워 보이는 점프, 자연스러운 표정 연기, 경쾌하고 빠른 발놀림. 러시아 발레의 웅장함과는 전혀 다른 방향이다. 실제로 부르농빌 스타일을 보고 있으면 ‘저게 어떻게 가능하지?’ 싶은 순간이 꽤 많다.
취미로 발레를 배우는 입장에서 이 네 발레단의 공연을 직접 비교해서 볼 기회가 있다면, 발레에 대한 시야가 완전히 달라진다. 같은 동작인데 이렇게까지 느낌이 다를 수 있나 싶어서. 올해 서울에서 이 네 발레단이 한 무대에 서는 갈라 공연이 열렸다. 그런 공연이 있을 때 놓치지 말고 보러 가길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