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한 살. 대부분의 청년들이 취업 걱정을 하는 나이에, 전민철은 세계 최고 발레단 중 하나인 러시아 마린스키 발레단에 솔리스트로 입단했다. 군무 단원을 건너뛰고 곧장 솔리스트. 마린스키 역사에서도 흔치 않은 일이다.
발레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이름을 한 번쯤 들어봤을 전민철. 지금 발레 커뮤니티에서 그를 모르면 간첩 소리를 듣는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YAGP 그랑프리, 그리고 세계가 주목하다
2025년 4월, 전민철은 세계 최대 규모의 청소년 발레 콩쿠르 ‘유스 아메리카 그랑프리(YAGP)’에서 전체 1위인 그랑프리를 수상했다. YAGP는 전 세계 수천 명의 젊은 무용수들이 도전하는 대회로, 이곳에서 그랑프리를 차지한다는 건 ‘세계 최정상급 유망주’라는 인증서나 다름없다.
한국경제가 이 소식을 전하며 "오는 6월 러시아 마린스키 발레단에 입단하는 발레리노 전민철이 전체 1등인 그랑프리를 수상했다"고 보도했다. 콩쿠르 우승 소식과 마린스키 입단 소식이 거의 동시에 터진 셈이다.
흥미로운 건 마린스키가 먼저 그에게 손을 내밀었다는 점이다. 세계적인 발레리노 김기민이 유리 파테예프 예술감독에게 전민철의 영상을 보여주며 적극 추천했고, 예술감독이 직접 오디션을 추진했다. 무용수가 발레단 문을 두드리는 게 아니라, 발레단이 무용수를 먼저 찾아온 것.

입단 직후 바로 주역으로
2025년 6월 마린스키에 입단한 전민철은 입단하자마자 주역으로 캐스팅됐다. 한겨레 보도에 따르면 "세계적인 발레단 입단 직후 솔리스트 주역으로 발탁되는 경우는 매우 이례적"이라고 표현했다.
그 전에도 이미 존재감은 분명했다. 유니버설발레단 객원으로 ‘라 바야데르’ 전막 주연을 맡아 데뷔했고, 당시 한예종 재학 중이던 그는 학생 신분으로 프로 무대의 주인공이 됐다. 2026년 1월 서울에서 열린 ‘더 나잇 인 서울’ 발레 갈라에도 참여해 국내 팬들과 만났다.
마린스키 발레단은 세계 5대 발레단 중에서도 특히 남성 무용수 계보가 화려한 곳이다. 누레예프, 바리시니코프, 니진스키… 전설들이 거쳐 간 그 무대에 스물한 살의 한국 청년이 서 있다는 게 아직도 믿기지 않는 사람이 많을 것 같다.
발레 팬이라면 지금 주목해야 할 이유
전민철을 처음 알게 된 계기가 팬들마다 다르다. 콩쿠르 영상을 보고 빠진 사람, 갈라 공연에서 처음 본 사람, 유니버설발레단 무대에서 만난 사람. 공통점은 한 번 보면 쉽게 잊히지 않는다는 것.
기술적으로는 점프 높이와 회전이 특히 두드러지고, 무대 위에서 풍기는 존재감이 또래 무용수들과 확연히 다르다는 평이 많다. 마린스키 예술감독이 영상만 보고 오디션을 추진했다는 게 허언이 아닌 셈이다.
취미로 발레를 배우는 사람이든, 관람을 즐기는 팬이든, 지금 전민철을 알아두면 나중에 "나 그때부터 알고 있었는데"라고 말할 수 있는 날이 온다. 마린스키 데뷔 무대부터 차곡차곡 따라가 보는 것도 꽤 괜찮은 발레 덕질 방법이다.
앞으로 어떤 무대에서 어떤 역할을 맡게 될지, 솔직히 기대감이 크다.